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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의식 부재가 ‘인재’ 불렀다

이석종

2013-09-24 09:13:35, 조회 : 364, 추천 : 132

안전의식 부재가 ‘인재’ 불렀다
검찰, 노량진 수몰사고 관계자 2명 구속 등 강도 높은 처벌
국토부, 방화대교 붕괴사고 조사 발표…설계·시공문제 지적

지난 여름 잇따라 발생했던 노량진 수몰사고와 방화대교 남단교량 전도사고 등의 조사결과 두 사고가 모두 ‘인재’였음이 밝혀졌다. 정부가 관련 사고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검찰에서 관련자들에게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물어 강도 높은 처벌을 내리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인재로 인한 사고가 해마다 반복되면서, 시공 현장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우려가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르고 있다.

■현장 관리 소홀로 7명 생명 앗아간 ‘노량진 수몰사고’
7월 중순 현장 근로자 7명의 생명을 앗아간 노량진 수몰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2일 노량진 수몰사고 현장의 시공사 현장소장 박 모씨와 하도급사 현장소장 권 모씨 등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서울시 상수도관리본부의 공사관리관 이 모씨와 책임감리관 이 모씨 등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노량진 배수지 지하 상수도관 부설작업 현장에서 한강이 범람할 위기임에도 근로자들을 대피시키지 않고 작업을 진행, 현장 인력들을 익사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사고 전날 한강대교의 수위는 5m까지 상승, 기준수위인 4.8m를 넘어섰으며, 수직구 내부로 물이 범람해 3m 가량(100t)의 물이 차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사고 당일에도 침수전부터 도달기지 수직구 내로 강물이 유입되기 시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시공사 현장소장인 박 씨는 주변상황을 촬영한 사진을 전송받아 사태의 위험성을 파악하고 있었으나 적극적인 대피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도급사 현장소장인 권 씨는 이를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도달기지 수직구와 터널 접경부를 임시로 막아둔 철제 차단막이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파손됐다. 이 과정에서 6mm두께의 철판들을 이어 붙인 차단막 또한 안전성 평가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다.

■설계·시공 과정에서 안전성 검토 소홀히 한 ‘방화대교 남단교량 전도사고’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위원장 박영석 명지대 교수)는 지난 7월 발생한 방화대교 남단 접속도로 건설공사 교량 전도사고의 조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내놓은 사고경위 보고에 따르면, 사고당시 전도된 교량은 외측에 방호벽을 설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은 덤프트럭이 콘크리트를 실어오면 포크레인이 방호벽 설치장비(Slipform Paver)에 이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작업구간 46m 중 41m는 중장비가, 나머지 5m는 인력으로 설치할 계획이었다.
중장비 작업이 마무리된 후 인력설치를 위해 중장비 들은 기존교량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방호벽설치장비가 마지막 작업을 마치고 자리를 옮기려는 순간 교각 윗부분(거더+방호벽+슬래브)이 전도되면서 작업 중인 인부 3명이 추락하고 이 중 2명이 사망, 1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구조계산서와 설계도면 등을 분석하고, 현장조사 관계자와의 인터뷰 및 시뮬레이션을 통해 결론내린 사고 발생 원인을 발표했다.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설계서를 분석한 결과 교량 내·외측에 작용하는 하중이 지나치게 큰 편차를 가지도록 설계됐으며, 사고 직전의 실제작용 하중을 고려하면 교량 내·외측의 하중 비율이 1:30.5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시공 과정에서 작은 오차나 중장비의 위치 등에 따라 전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조사위원회 측의 설명이다.
시공단계에서는 시공 전에 시행하는 구조계산서 및 설계도면 검토과정에서 시공단계별 안전성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전 설계와 달리 방호벽 설치장비와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교량위에 추가로 적용했음에도 이를 감안하지 않았다고 조사위원회는 지적했다.
또한 실제 시공된 교량은 콘크리트 슬라브가 설계보다 교량 외측으로 40mm 가량 밀려서 설치됐고, 방호벽 단면도 설계보다 30% 정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교량의 외측을 누르는 힘이 설계보다 훨씬 커졌음을 의미한다는 게 조사위원회의 말이다.

■관련자 처벌·재발방지 대책 마련…해결책 될 수 있을까
검찰은 참사로 이어진 노량진 수몰사고에 책임이 있는 현장 시공사 현장소장 박 모씨와 하도급사 현장소장 권 모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한강수위 확인 등을 게을리 한 책임관리관 이 모씨와 서울시 상수도관리본부 공사관리관 이 모씨 등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등 강도 높은 처벌을 내렸다.
방화대교 전도사고와 관련해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곡선교량의 설계․시공에 관한 재발방지 대책을 제안했다.
조사위원회가 제시한 재발방지 대책에는 전도의 위험이 큰 곡선교량의 경우 설계시 곡선 내․외측 하중의 차이가 과도하지 않도록 설계기준을 보완하고, 설계․시공․감리의 각 주체가 시공단계별로 구조적 안전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과 시방서 등에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곡선교와 같이 난이도가 높은 공종에는 우수한 인력이 투입될 수 있도록 설계비․시공비․감리비 산정 과정에서 난이도를 반영할 계획이다.
감리원의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감리원의 등급기준(ICEC)을 높이고, 낙찰자 선정기준의 감리원 역량에 대한 배점을 확대하는 방안 등도 포함됐다.
조사위원회는 지금까지 분석한 원인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이달 말까지 조사결과보고서를 작성․제출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보고서가 마무리 되는대로 관련기관에 건설업자와 기술자, 감리원 등에 대한 행정처분을 요청할 계획이다. 아울러 조사위원회가 제시한 재발방지대책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해 정책에 반영하는 한편 앞으로 유사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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